먼저 김주성 감독은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걱정했다. 그외에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DB는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치면서 4강에 직행했고, 그 결과 약 2주간의 쉴 시간을 벌었다.
김주성 감독은 “경기 감각이 걱정이다. 2주 정도 쉬었다. 쉬면서 연습도 했다. 체력은 걱정 안 된다. 경기 시작 처음 5분 동안 감각을 어떻게 빨리 찾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5위로 6강에 올라 4위 서울 SK를 3-0 스윕으로 물리치고 올라온 KCC에 대한 준비는 많이 했다. “KCC는 컵대회 때 경기력이 많이 나오더라. 주의해야 될 걸 계속 연습했다”며 “KCC 속공을 조심해야 한다. 리바운드에 신경 써야 한다. 정규 시즌 때 늘 우리가 고민해왔던 거다. 2주 연습하는 동안 중추적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KCC의 장신 라인업과 템포 푸시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KCC가 우리랑 정규 시즌에서 붙을 때도 큰 라인업으로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트리플 포스트에 최승욱, 서민수 이런 선수들이 들어가는 걸로 대응하면 괜찮을 것 같다”며 “허웅의 득점력을 줄이는 게 맞다. 라건아의 세컨드 득점도 중점적으로 줄이겠다. (상대 속공 저지는)우리가 리바운드를 따내거나 백코트를 빨리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DB의 색깔은 빠른 속공으로 이어지는 공격 농구다. 플레이오프에서도 자신들의 색깔대로 농구할 계획이다. 김주성 감독은 “분위기 자체는 너무 좋다. 선수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 안다. 중요한 건 경기 감각을 빨리 찾는 거다”며 “알바노는 항상 견제를 받던 선수다. 공을 못 잡았을 때 움직임을 연습했다. 잘 이행될 거라 생각한다. 빠른 템포로 공격이 넘어갔을 때 우리 득점이 수월하게 됐다. 세트 공격보다는 밀고 나가서 상대 수비를 흔들겠다. 얼리 스크린을 통한 공격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진 감독은 DB의 한수 위 전력을 인정했다. “1위와 5위 팀 대결이다. 우리보다 분명 나으니까 (DB가)1위 했을 거다. 스포츠에서 졌지만 잘 싸웠다는 아무 의미 없다. 오늘(15일)은 KCC, 농구 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경기하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자세한 작전은 이어 공개했다. “로슨, 알바노 득점은 40점대로 묶고 외곽은 잡는 쪽으로 가겠다. 강상재가 평균 14득점 하는데, 그쪽 스코어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로슨과 알바노는 헬프 디펜스로 체크하면서 외곽 득점은 철저히 봉쇄하는 걸로 가려 한다. 두 선수는 능력치가 있는 선수들이라 우리가 아무리 수비한다 해도 자기 득점은 할 것이다. 스위치 수비가 됐을 때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뀐다. 이 수비 변화가 성공해야 좋은 경기할 수 있다”고 알렸다.
지난 6강 때와는 다른 선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라건아 대신 존슨이 1쿼터부터 코트를 밟는다. “1쿼터 존슨이 먼저 들어간다. 스피드하게 경기할 생각이다. 최준용은 김종규를 막는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 이승현과 김종규의 매치업은 피할 생각이다. 김종규가 없을 때는 골밑을 공략하려 한다”며 “1차전이 가장 중요하다. 여기서 1승 1패만 해도 괜찮다. 우리가 준비한 걸 다 쏟아 부으려 한다. (김주성 감독과)사제 지간을 떠나서 난 이기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부처는 1쿼터다. “1쿼터부터 승부 보려고 멤버 구성했다. 존슨이 60, 70%만 해줘도 2쿼터 라건아가 있어서 해볼만 하다. 존슨은 어리다. 신나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분위기 많이 타는 선수다. 신이 나면 계속 존슨으로로 밀어붙일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키 플레이어는 선발 출전할 존슨이다. “DB가 우리 6강 하는 걸 보고 대비를 했을 거다. 존슨에 대한 패턴을 많이 바꿨다. 얼리 오펜스는 걱정 안 한다. 1쿼터 허웅은 많이 안 뛰게 할 거다. 허웅은 스크린 해줄 선수가 있어야 되는데, 1쿼터 멤버는 스크린 걸 선수가 없다. 2쿼터 이승현, 라건아 들어가면 그때 허웅이 득점원으로 역할을 할 거라 생각한다”며 “DB 경기력이 떨어져 있을 거라 생각 안 한다. 1위 팀이니까 2주간 쉬면서 많이 연구했을 거다. 6강에 이어 4강에도 우리가 가용인원을 많이 쓸 거다. 무리 없이 1, 2쿼터하면 3, 4쿼터에 승부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창진 감독은 다시 한 번 로슨과 알바노를 언급했다. “로슨, 알바노 두 선수를 40점대로 묶으면 충분히 승산 있다. 4점 차까지는 이겨놔야 마음 놓고 경기할 수 있다. 1골 싸움은 우리가 쉽지 않다. 저쪽에는 확실한 스코어러가 있다”며 “우리가 잘하면 어느 누구도 못 막는다. 반대로 10점 이상 지고 있을 때도 급하지 말고 컨트롤 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1쿼터는 KCC 분위기였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SK를 상대로 보여준 공격력이 4강에서도 폭발했다. 특히 최준용, 라건아, 켈빈 제프리 에피스톨라의 3점은 DB가 예상치 못한 점수였다. KCC는 1쿼터 3점슛 8개 던져 6개를 넣었다.
DB는 외곽슛이 터지지 않았다. 1쿼터 시도한 3점슛 6개 중 하나만 그물을 갈랐다. 1쿼터를 27-16으로 KCC가 앞섰다.
다만 변수는 존재했다. KCC의 존슨이 발목 부상으로 1쿼터 중반 코트를 떠났다. 존슨은 KCC 속공 농구의 핵심이었다.
DB는 로슨의 3점이 터지며 추겨했다. 특유의 빠른 속공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격차를 줄였다.
하지만 흐름을 탈 만하면 실책이 나왔다. 수비를 잘하고도 리바운드를 뺏기며 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로슨과 알바노는 나란히 3반칙으로 파울트러블에 빠졌다.
그 사이 KCC가 다시 점수 차를 벌렸다. 2쿼터를 50-39로 마쳤다. KCC는 공격이 마음먹은 대로 됐고, DB는 정규 시즌 때 보여준 화력이 아니었다.
DB는 점점 늪에 허덕였다. 로슨이 1대1로 많은 자유투를 얻어냈지만, 꼬박꼬박 하나 이상 흘렸다. 3쿼터 중반엔 공격 과정에서 강상재와 로슨의 동선이 꼬이며 충돌했고 곧바로 송교창의 투핸드 덩크슛으로 이어졌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는 78-58. 20점 차까지 KCC가 리드했다.
DB는 따라갈 힘을 잃었다. 분위기를 완전히 KCC에 내준 뒤였다. DB 특유의 속공과 3점 농구가 빛을 잃었다. 4쿼터에 반전을 만들기엔 격차가 너무 컸다.
공격에서 만능이었던 정규 시즌 최강의 팀이 무색무취가 됐다. 김주성 감독이 경기 전부터 걱정하던 “떨어진 경기 감각”은 현실이 됐다.